한달 전에 취미생활 노래 소모임에서 여자를 한명 만났습니다.
저보다 4살 어린 29살이고 공교롭게도 같은 동네 사람이더군요.
첫 모임때 그 친구에 대한 인상은 외향적이고 밝은 사람이구나 정도였고 그 이상의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첫 모임 끝나고 이틀 후에 저에게 연락을 하더니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하더군요.
바로 다음날이 제 회사 면접이 있는 날이라 살짝 부담이 되긴 했으나 같은 동네라 이동에 부담도 없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고 2~3시간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성악을 전공했고 집이 좀 살아서 네 가족 모두 차가 개인당 한대씩 있는 집안이고 9개월째 만나고 있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남자친구가 있는 애라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날의 주된 대화는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에 대한 불만에 대한 이야기었고, 저는 뭐 워낙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라 적절하게 맞장구도 쳐주고 하다보니 얘도 신나서 계속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는 자기 이상형이 똑똑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인데 지금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면서 오빠는 학교도 좋은데 나와서 그런지 참 머리도 좋은거 같고 말도 잘 통한다 그런 얘기도 했고..
그런 저런 이야기하다보니 3시간 정도 지나고 저도 집에 가려고 이 친구를 먼저 집에 데려다주는데,
같이 가는 길에 이 친구가 이렇게 남자와 재밌게 이야기를 해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대학 다닐때가 생각난다며 저보고 되게 순수한 사람인것 같다라면서 갑자기 제 팔짱을 끼더군요;
뭐 남친도 있는 애한테 딴 마음 먹기도 싫고 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같이 걷는데
쫌 걷다가 너무 춥다면서 제 손을 잡고 제 코트 주머니 속에 넣더라구요. 허허.
그냥 친밀감 표시로 스킨십을 좋아하는 앤가 보다 정도로만 여기고 그냥 저도 그렇게 집에 돌려보냈고,
다음날 저는 회사 인턴 면접을 봤고, 합격을 했는데, 면접 보러 들어가기 전에도 저한테 전화해서
긴장하지 말고 잘 할 수 있을거라며 응원해주더니 면접 후에도 고생했다고 꼭 붙을 것 같다고 그러더니만
합격했다고 하니 아주 방방뛰며 저보다 더 좋아하더라구요. 얘랑 뭐 아무관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할 것 까지 있나 싶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응원해주고 좋아해주니까 저도 기분은 좋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밥사겠다고 하고 만난지 하루만에 또 얘를 보러 갔고 그 날 같이 밥을 먹은 뒤 처음으로
둘이 같이 노래방을 갔는데 사실 제가 축가도 여러번 불러보고 계속 요청을 받을 정도로 노래를 좀 하는
편이라, 과거에도 여자들이 노래때문에 저한테 많이 넘어오긴 했는데 이 날도 저랑 둘이 노래방에서
이것저것 불러달라는거 불러주고 그랬는데 점점 저를 보는 눈빛이 약간씩 바뀌더라구요.
그렇게 노래방을 나와서 다시 집에 바래다 주는데 또 자연스럽게 제 손을 잡고 걷고..
저도 좀 혼란스러웠습니다. 남자친구도 있는 애가 왜 이러는지, 그리고 이 손을 이러지 말라고 뿌리치는 것
도 뭔가 모양새가 이상하고 상처줄 것 같고.. 그냥 그 날도 손만 잡고 얌전히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에 또 한번 만났는데 이 날은 평범하게 밥 먹고 헤어졌는데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오빠는 나의 이야기도 너무 잘 들어주고 정서적으로도 잘 통하고 노래도 너무 잘 부르고
너무 좋은 남자인 것 같다. 그런데 잠자리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고. ;;;
어우..
저도 연애 몇번 해봤지만 여자가 먼저 이런 얘기 꺼내는 것도 처음봤고, 심지어 남자친구도 있는 애가
얼굴 본지 며칠 안된 남자한테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다는 것도 놀랍고, 다만 당황한 티를 내기 싫어서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인것처럼 뭐 나쁘진 않을거다라고 장난식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야 이거 어쩌면 조만간 큰일 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일요일에..
...아 이거 너무 길어지는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그만 써야겠습니다 ㅠ
뒷 이야기 궁금해하시는 분들 계시면 이어서 쓰겠습니다.. 정작 고민이 뭔지는 쓰지도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