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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0:26
최근 일본 육상계는 꽤 들떠 있다.
지지난달에 자국 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에 남자 100m, 200m 우승을 휩쓴 선수가 나와서다.
흥분한 이유는 그 선수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18세라는 것이다.
그가 200m에서 기록한 20초32는 올해 20세 이하 선수 중 최고다.
일본 언론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은 물론이고 2024년 올림픽 메달도 기대된다”고 하는 게 호들갑은 아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사니 브라운 압델 하키무. 이름만 봐도 알겠지만 혼혈이다.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니 브라운은 축구를 하다가 10세 때 육상에 본격 입문했다.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이사한 뒤 대학 부설 사립학교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며 무섭게 성장했다.
고교생임에도 좋은 신체 조건(키 1m87cm)과 육상 선수 출신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사니 브라운이 100m에서 우승할 때 3위로 들어온 케임브리지 아스카(24)는 아버지가 자메이카 출신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의 고국인 자메이카는 인종적으로 서부 아프리카 출신이 다수다.
가나를 포함한 서부 아프리카계 혈통이 단거리, 동부 아프리카계 핏줄이 장거리에 강하다는 건 정설이다.
자메이카의 피가 흐르는 케임브리지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계주 은메달 멤버이기도 하다.
올림픽 이 종목에서 아시아 국가가 2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스포츠에서 유전자 결정론의 뿌리는 깊고 넓다.
중국의 류샹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허들 110m에서 금메달을 따기 전만 해도 “동양인은 육상 단거리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얘기가 진리로 통했다.
육상 트랙은 흑인들이 휩쓸지만 육상의 투척 종목은 백인, 특히 유럽 선수들이 강세다.
대표적인 투척 종목인 해머던지기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금메달을 딴 아시아 선수가 있기는 하다.
2004년 아테네에서 우승한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로 역시 혼혈이다.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는 아시아경기에서 해머던지기 5연패를 달성했지만 아시아를 벗어나면 미미한 존재였다.
절치부심한 그의 선택은 루마니아 투척 선수와의 결혼이었다.
아들 고지와 딸 유카를 얻은 그는 둘을 모두 해머던지기 선수로 키웠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들의 세계선수권 첫 우승을 지켜보던 그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 남자 농구가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1996년이 마지막이고 남자 배구는 2000년이 끝이다.
육상도 마찬가지다. 지지난달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07)을 세운 김국영(26)이 8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준결선만 진출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 정도로 세계와의 격차가 크다.
일본 육상은 단거리 능력이 뛰어난 혼혈 선수들을 앞세워 400m 계주에서 다시 메이저 대회 메달을 노린다.
반면 한국은 다문화가정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도 아직 눈에 띄는 혼혈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