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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1 17:05

qq88 조회 수:682 댓글 수:0 추천:0

"언니 돈 좀 꿔줘."

 

하양이 한 번 더 말했다.

 

하마터면 이양은 입에 머금고 있던 음식을 앞으로 분출할 뻔했다.

 

"얘... 그게 뭔 소리니?"

 

이양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휴지로 입을 닦았다.

 

"사실은... 여관바리 하다가 잠시 그만둔 이후로 지출이 좀 늘어서... 다시 일하러 오긴 했는데... 카드빚 갚으려면 좀 빌려야 하거든..."

 

하양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 돈을 빌리려고 애썼다.

 

이양은 여전히 멀뚱멀뚱 하양을 쳐다봤다.

 

"카드빚 다음주까지 갚아야 하는데... 빌린 돈으로 카드빚 갚고, 언니한테도 1주일 뒤에 바로 갚을께. 안 될까?"

 

이양은 손에 들고 있던 밥숟갈을 천천히 식탁에 내려놓았다.

 

아까 전에 봤던 그 청년 덕택에 축축해졌던 이양의 팬티는 순간 바짝 건조되었다.

 

 

한 편, 앞서 이양의 팬티를 축축하게 만들었던 30대 남자는, 터벅터벅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젠장! 이놈의 빚만 없었더라면!"

 

남자는 괜히 혼잣말로 투덜거리며 발로 바닥을 툭툭 걷어차며 걸었다.

 

티링-

 

갑자기 '티링'(T-ring)이라는 발음을 연상시키는 문자메시지 수신음이 들려왔다.

 

남자는 점퍼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봤다.

 

'연락 바랍니다'

 

남자는 문자 메시지가 온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김데빌입니다. 연락 달라고 하셔서..."

 

아까 음식점에서 이양을 설레게 했던 남자의 이름은 '김데빌'.

 

"아, 김데빌씨. 다름이 아니라... 내일 모레 시간 되요? 일하러 올 수 있나요?"

 

"음음... 내일 모레라...? 좀 바뻐서... 내일 모레는 건너뛰고 다음에 할께요."

 

"아, 어쩔 수 없군... 그럼 알겠어요. 나중에 일할 수 있게 되거나, 일정 바뀌면 연락 줘요."

 

통화는 그렇게 종료되었다.

 

"쳇... 귀찮은데... 일하러 오라고? 그런 거지 같은 일을..."

 

김데빌은, 인력업체 사장과의 전화를 끊은 뒤에 스마트폰을 점퍼 주머니에 넣으면서 여전히 투덜대었다.

 

버스정류장에서 김데빌은 마을 버스에 탑승,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김데빌이 이 곳, 시골 동네로 이주하게 된 것은 이로부터 불과 3개월 전 무렵.

 

전문 프로 베터로서 서울에 거주했던 김데빌은, 스포츠베팅과 온라인 카지노로 돈을 마구 거둬들였다.

 

그러나 순간적 실수로 큰 돈을 잃은 김데빌은 이후 돈을 되찾으려는 고군분투 끝에 각종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결국 지인의 소개로 삼류 공장에 물류팀 직원으로서 알바를 시작.

 

김데빌은 그로부터 3개월간 물류업체, 생산직 등을 전전하며 다시 '넉넉한 시드머니'를 만들어 복귀해보려고 애쓰고 있었다.

 

"젠장... 빚만 없으면 이 정도쯤은!"

 

버스 좌석에 앉아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김데빌을 보고, 어떤 여자 꼬마가 옆에 앉은 엄마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엄마, 저기 저 쪽 아저씨, 이상해. 자꾸 창밖을 보면서 뭐라고 혼자 중얼거려."

 

"얘, 됐어. 저런 사람 쳐다보는거 아냐. 딴데 보고 있어."

 

아줌마가 꼬마의 얼굴을 잡아다가 옆으로 돌려서, 김데빌을 못 보게 했다.

 

이윽고 버스에서 하차한 김데빌은 투덜대며 길을 걸어 어느 원룸에 도착했다.

 

보증금 40만원에 관리비 포함 월세 20만원.

 

김데빌이 현재 살고 있는 원룸이었다.

 

거주지에 돌아와서도 김데빌은 노트북 컴퓨터부터 켰다.

 

컴퓨터를 키자마자, 베팅사이트에 접속한 김데빌은 한숨을 쉬었다.

 

"음음... 시드머니만 충분하면 해볼 수 있겠는데..."

 

시드머니를 마련해서 큰 돈을 따도, 며칠 뒤에 은행에서 빚 독촉을 해온다.

 

마지 못해, 피눈물 흘려 거둔 큰 돈을 은행 빚 상환에 투자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용직 알바를 한다.

 

일용직 알바를 한 돈으로 도박을 한다.

 

도박의 승률은 놀랍게도 평균 80퍼센트 이상.

 

승률만 놓고보면 라스베가스에서 한바탕 놀아도 큰 돈을 거머쥘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빚을 다 갚기 전에는 아무리 귀신같이 돈을 벌어도 귀신같이 은행 빚 갚는데 다 들어간다.

 

김데빌은 한탄을 했다.

 

"빨리 빚부터 갚아야 하는데..."

 

그러나 정신차렸을 무렵에, 김데빌은 빚의 영겁회귀 속으로 아주 똥꼬 깊숙이 빠져든 상태였다.

 

 

이양의 환상속 그가 이렇게 빚 문제로 투덜대는 동안에, 이양은 거꾸로 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다.

 

"얘,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 그렇게 정나미 떨어지는 소리나 하고 그럴래?"

 

"아니, 언니, 이번주만 막으면 되거든. 돈 좀..."

 

"되었어! 나도 돈 없어! 그... 이거 부대찌개는 잘 먹었다..."

 

이양은 하양의 요구를 거절해놓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다 먹었어요. 음식값은..."

 

이양은 하양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신에 하양이 사기로 했던 부대찌개 값을 자신이 대신 냈다.

 

"예,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음식점 종업원이 문 밖으로 나가는 이양의 뒷모습에 대고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젠장... 돈 꿔볼라고 했더니... 저 늙은 꼰대가 한 푼도 안 빌려주네..."

 

혼자 식탁에 남겨진 하양은 고개를 푹 떨구며 절망했다.

 

 

이양의 팬티는 벌써 아까부터 보송보송하게 말라 있었다.

 

길을 터벅터벅 걸으며, 이양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만난 귀여운 후배년이 만나자마자 돈이나 빌려달라고 하고 말야... 나도 돈 없거덩?'

 

이양은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때 이양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있었다.

 

아까 그 남자.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남자.

 

이상하게 그 남자를 떠올리면 이양의 몸에 스팀팩이 주입되듯, 기분이 좋아졌다.

 

"아... 못참겠네..."

 

이양은 갑자기 못참겠는지, 길을 걷다가 공중화장실로 갔다.

 

이양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일단 바지와 팬티부터 벗었다.

 

아까 돈 문제로 보송보송 매말랐던 이양의 팬티와 보지는 다시 축축해진 상태였다.

 

능숙한 솜씨로 이양은 이양의 왼 손으로 이양의 클리를 슥삭슥삭 둥글게 마사지했다.

 

"으으으어어어어..."

 

나지막히 조용히 신음소리를 내더니 이양의 보지에서 콸콸콸콸 물이 나왔다.

 

"하아... 하아..."

 

이양은 평소보다 매우 신속하게 극락의 쾌락을 느끼더니 변기통 안을 무색무취하고 투명한 액체로 가득 채웠다.

 

변기물을 내리더니, 이양은 다시 팬티와 바지를 올려입었다.

 

"허억... 정말 짜릿해!"

 

이양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로 큰 소리로 외쳤다.

 

화장실 문을 나서자마자 이양은 인근 편의점으로 갔다.

 

이양은 그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을 구입했다.

 

 

그 무렵, 여관바리 포주, 김여사는 여관 카운터에 앉아서 여관 사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여관 사장은 장여사.

 

장여사는 50대 후반의 여성으로 제법 풍채가 있고, 긴 파마머리를 한, 여자였다.

 

"에휴... 벌써 오후 한참 지났는데... 손님이 별로 안 오잖아."

 

장여사가 한탄하며 말했다.

 

"우리도 아예 좀 젊은 아가씨를 스카웃해야 할 거 같은데..."

 

인근 여관바리 담당 포주인 김여사가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젊은 아가씨를 데려다가 일 시킬 수는 있는데... 4장짜리 가격의 업소로 젊은 아가씨를 데꼬오는게 그리 쉬워? 젊은 아가씨들은 요새 오피다 휴게다, 건마네 뭐네 조건이네...10장짜리로 일하는데... 게다가 무슨 방송 이런데서 벗고 찍으면 별풍선으로 몇 억 돈 버네 마네... 이런 세상인데 여관에서 20대를 일 시키는게 가당하기나 해?"

 

장여사는 도리어 투덜댔다.

 

"아니, 꼭 20대를 스카웃하자는 게 아니라... 40대 초 정도 된 여자를 젊게 보이게 꾸며서 30대라고 손놈들한테 구라치거나 하는 식으로 말야..."

 

김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윙크하듯이 한 쪽눈을 깜빡였다.

 

장여사는 갑자기 무릎을 탁치면서 흐음- 나지막히 신음했다.

 

"거 말되네. 좋은 아이디어네. 40대를 젊게 꾸며서 30대라고 속이자는 거지? 메모해둬야 겠다."

 

장여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로 볼펜과 메모지를 주섬주섬거렸다.

 

"그런데... 그렇게 30대로 꾸밀만한 40대가 있느냐 하는게 문젠데."

 

"요번에 걔 누구냐... 하양이 또 일하러 나왔잖어."

 

"아, 하양? 걔 나왔나? 오늘부터?"

 

"음. 걔 정도면 좀더 옷차림이랑 헤어스타일 신경써서... 30대라고 말하면... 모자라는 호구같은 손놈들은 속을듯 헌디."

 

김여사의 말에 장여사는 또 무릎을 탁쳤다.

 

"좋아! 이제부터 손놈들한테 하양이를 30대라고 속여서 알려줘야겠다!"

 

장여사와 김여사는 그렇게 여관 카운터에 앉아서 오손도손 교묘하게 사업에 대한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그 무렵, 김데빌은, 여기 저기 대출업체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죄송함다... 고갱님... 한도가 안 나와서요."

 

대부분 이런 반응이었다.

 

지난 번 대출을 너무 많이 끌어다 쓴 탓에, 김데빌의 대출한도는 사실상 제로였다.

 

"아놔... 이놈이고 저놈이고... 돈 한푼도 안 주냐? 젠장할 놈들!"

 

결국 김데빌은 피로에 지쳐서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그 때 였다.

 

티리리리링-

 

다소 '티링'(T-ring)이라는 발음을 연상시키는 전화 수신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대출 문의 아까 주셨죠? 이름, 성함? 그리고 수입, 하시는 일?"

 

이 전화는 그 날 저녁, 김데빌로 하여금 예정에는 없던 외출을 하게 만들었다.

 

 

"으어어... 취한다. 꺽..."

 

이양은 자신의 집에서 오후부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어차피 부르는 손님도 없을텐데 오늘은..."

 

이양은 그렇게 혼잣말 하며, 소주잔에 소주를 부었다.

 

입에 소주잔을 갖다대고 들이붓자,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옛날이면 몰라도... 50대 넘은 아줌마는 여관바리에서도 못난이야 못난이..."

 

이양은 그렇게 한탄했다.

 

그나마 20대, 30대 시절에는 용주골에서도 날렸던 창녀였고, 40대초까지는 여관바리에서도 제법 날렸던 미녀였다.

 

그러나 이제 유흥의 대세는 여관바리, 집창촌 등으로부터 오피, 휴게텔 등으로 옮겨갔다.

 

신세대들이 버디버디를 이용해서 떡만남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초 무렵이었다.

 

버디버디 유행시절, 이양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나 싶었다.

 

그 무렵부터 업소 손님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기 시작했던 거 같았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이 집창촌이나 여관바리 방문이 뜸해지고, 버디버디로 만남을 갖기 시작했으니깐.

 

버디버디의 전성기 이후에는, 싸이월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으로, 업소에 방문하지 않고도, 일반인 사이에 SNS를 이용한 떡만남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여관바리에 남은 업소종사자들은, 40대, 50대, 심지어 60대들 뿐... 

 

그나마 아직도 30대 여자들이 일하는 여관바리 업소는 전국에서도 몇 군데로 손에 꼽을 정도다.

 

"나도 옛날엔 예뻤어! 딸꾹!"

 

이양은 아무도 없는, 혼자 살고 있는 집에서 크게 외쳤다.

 

"아... 외케 졸리지... 오랜만에 마셔서 취했나..."

 

결국 이양은 그대로 테이블에 앞으로 고꾸라져서 잠들었다.

 

 

그 동안에 김데빌은 갑자기 목욕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만난다고 했겠다... 이번에 꼭 돈 빌려야지!"

 

평소 같으면 일 마치고 돌아와서 밤에, 아니면 일하러 나가기 전에 아침에 목욕을 하던 김데빌이었다.

 

오늘은 일하는 날도 아닌데, 어디에 외출하려고 온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고 있었다.

 

다행히 아까 방바닥에 누운채로 받은 전화에서 대출 허가가 떨어졌다.

 

대출업자와 저녁 7시 무렵에 만나기로 약속이 성립되었다.

 

"돈 받으면 이번에도 여자나 사서 먹어야지..."

 

시골동네로 와서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던 김데빌은 이미 여러 업소에 방문해서 여자를 만나왔다.

 

다방, 여관 등등...

 

이번에도 대출비에서 일부를 성매매에 활용하고, 나머지 돈을 도박에 투자할 자신을 생각하니, 목욕도중에도 거시기가 불끈 발기되는 것 같았다.

 

목욕을 마친 뒤 욕실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말리는 도중에 김데빌은 탁상용 시계를 한 번 힐끔 봤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대출업자와 만나기로 약속해둔 시간은 아직 멀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김데빌은 원룸 인근에 주차된 어느 승합차에 탑승했다.

 

"아, 김데빌씨. 어서 와서 앉으세요. 대출관련해서 좀 심사해야 할 것이 있어서..."

 

김데빌은 일단 고분고분한 자세로 운전석 옆, 조수석에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

 

"김데빌씨, 요새 일용직 근로하신다고 하는데... 수입이 일정치 않잖아요? 왜 그 일용직이란게 원래 그러니깐... 그래서 아까 전화로 얘기한데로 통장내역을 프린트한거... 보여줘봐요."

 

대출업자는 30대 중반 정도의 나이의 건장한 남성으로, 김데빌과 비슷한 나이인 거 같았다.

 

김데빌은 일단 프린트해놓은 통장 거래내역서를 대출업자에게 건넸다.

 

"야, 도박하는지도 물어봐."

 

운전석 뒷좌석에서 누군가가 대출업자에게 말했다.

 

"아, 이분은 우리 팀장님이신데... 신경쓰지 마시고."

 

대출업자는 김데빌에게 말했다.

 

김데빌이 슬쩍 뒷좌석을 보니, 머리를 빡빡 깎고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가 있었다.

 

대출업체 팀장이라는 그는 적어도 40대 중반은 넘어보이는 남자였고, 그냥 금융관련 업자라기보다는 조폭처럼 생겼다.

 

'뭐 신경쓰지 말랬으니깐... 신경쓰지 말자.'

 

김데빌은 간단하게 생각했다.

 

"저 그런데 김데빌씨, 통장내역을 보니... 어디서 빌린 돈 갚고 계세요?"

 

"네네... 여기저기 은행 빚이 많아서..."

 

은행 빚이 많다는 말에 운전석에 앉은 대출업자와 뒷좌석에 앉은 대출업체 팀장은 긴장했다.

 

대개 개인돈 빌리러 오는 한심한 인간들은 은행 빚이 많아서, 더이상 대출 한도가 안나와서 개인돈까지 빌리러 오는 족속들이다.

 

그런 족속들은 대개 도박에 빠져서 재산 탕진하는 족속들이다.

 

도박에 빠져서 재산 탕진하는 족속들은 돈 빌려줘도 갚을 능력이 없다...

 

이런 추론을 한 두 사람은 눈빛을 서로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김데빌 씨, 물어보겠는데, 도박하세요?"

 

이 말을 물어봤을 때, 대출업체에서는 아까 낮에 전화 통화로 김데빌이 도박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둔 상태였다.

 

"으... 그게 사실은 예전에 했는데 지금은 안해요."

 

김데빌은 대충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대출업자는 프린트된 통장내역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기 통장거래내역을 보니... '베트맨'이 있는데...요?"

 

사실이었다.

 

국내 합법 도박업체라고 해도 어쨌거나 도박을 하는 건 도박을 하는 것이었다.

 

"아 그게 사실은... 베트맨은 소액으로 쪼꼼씩 합니다. 쪼꼼씩."

 

이 말에 대출업자와 대출업체 팀장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도박을 한다는거 아녀, 시방. 이 놈이 거짓말해서 돈 빌릴라고 해놓고 자꾸 발뺌하고 지랄이여 시방.'

 

두 사람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는 돈 빌려주고 받아야 하니깐... 도박하는 사람한테는 못 빌려주거든요. 도박하는 사람들은 빌려놓고 못 갚는 게 허다해서..."

 

대출업자는 일단 친절하게 설명했다.

 

"혹시라도 나중에 딴 소리하면 안 되니깐... 도박사이트 하는거 있으면 빨리 빨리 공개하세요."

 

뒷좌석에 앉은 팀장이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데빌은 정직하게 얘기하는 편이 돈을 빌리기 쉽다고 판단했다.

 

"사실은... 소액으로 쪼금 하는데..."

 

김데빌은 그렇게 말하더니 스마트폰을 켜서 자신이 평소 접속하는 사이트를 보여주었다.

 

이 때 대출업자와 대출팀장은 또 눈빛을 교환했다.

 

'결국 앞뒤가 안 맞는구만... 첨엔 돈 빌리고 싶어서 도박 안 한다고 말했다가... 이제와선 도박 한다고? 뭐여 이 쉬보렐...'

 

두 사람은 동시에 그렇게 생각했다.

 

대출팀장은 김데빌의 스마트폰에 뜬 게임 이용내역을 봤다.

 

"아... 어제도 게임 하셨고... 오늘도 게임 하셨네요? 게다가 출금 내역이..."

 

대출팀장은 김데빌의 도박사이트 거래내역을 보고 말을 중단해버렸다.

 

김데빌은 앞선 진술과 달리 바로 오늘 새벽까지도 게임을 해오고 있었던 것.

 

아울러 평상시 10만원을 입금해서 40만원에 출금하거나, 20만원 입금해서 100만원 출금하는 것이 거래내역에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김데빌은 의외로 타짜였다.

 

"...내리세요."

 

"네?"

 

"내리세요. 안 내리면 경찰 부를꺼에요."

 

팀장은 김데빌에게 승합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다.

 

"아, 하지만 돈은..."

 

"수익이 있잖아요 이사람아..."

 

돈을 빌리고 싶어서 애절한 표정을 짓는 김데빌을 향해, 대출업자는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익이 있고만..."

 

대출업자의 얼굴은 황당하다는 표정이 아니라 다소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나라도 도박으로 그렇게 벌지는 못하겠고만..."

 

대출업자의 얼굴표정은 그렇게 읽혔다.

 

김데빌이 계속 따져보려 했으나, 이미 대출팀장이 차 밖으로 나와서 조수석 쪽 문을 열었다.

 

"내리세요."

 

김데빌은 마지못해 내렸다.

 

"안 내리면 경찰 부를꺼에요."

 

도로 조폭처럼 험상궂은 얼굴을 한 사람이 경찰을 부를꺼라고 말하자, 김데빌은 새삼 자신이 엄청 쎈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그러나 돈을 빌리러 왔다가 한 푼도 못 빌리자 화가 났다.

 

김데빌은 갑자기 폭주했다.

 

"이놈자식들! 돈 빌려줄꺼라고 이리로 불러놓고선! 이제와서 도박꾼한테는 돈 못 빌려준다는거냐! 받아라 나의 불주먹을!"

 

갑자기 김데빌은 고류무술을 사용해서 대출업자와 대출팀장을 공격했다.

 

펀치 몇 방에 대출업자와 대출팀장은 피칠갑해서 사망했다.

 

"씩 씩 씩..."

 

김데빌은 씩씩거리면서 다시 원룸에 돌아왔다.

 

"어떻게 하지... 수중에 돈은 쬐끔 밖에 없고..."

 

그 때 문득 김데빌의 머리를 스친 것이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까 낮에 일하러 올 수 있냐고 전화 통화로 이야기 했는데... 그리로 나가볼까..."

 

김데빌이 떠올린 것은 낮에 통화했던 인력업체 사장이었다.

 

그렇게 김데빌은 당분간 인력업체로 평소처럼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김데빌은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김데빌인데요. 아까 낮에 얘기했던 알바 건... 그냥 할께요. 내일 모레죠?"

 

"아, 김데빌씨 생각 바꿨어요? 네네. 모레 아침 7시까지 나오시면 됩니다."

 

이로써 김데빌은 일용직 알바를 이어가게 됨과 동시에 생활비 확보를 해두었다.

 

"좋아. 일단 생활비는 내일 모레 일해서 벌면 되고..."

 

그렇게 말하더니 김데빌은 스마트폰을 켜서 자신의 입출금계좌 잔액을 확인했다.

 

여관바리에 4장을 투자할 정도의 돈은 남아있었다.

 

"에이, 스트레스 풀 겸 갖다와보자."

 

김데빌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점퍼를 차려입고 원룸 현관문 밖을 나섰다.

 

 

그 무렵... 

 

이양은 자신의 집 식탁에 머리를 박고 고꾸라져 쿨쿨 자고 있었다.

 

티링-

 

갑자기 '티링'(T-ring)이라는 발음을 연상시키는, 문자메시지 착신음이 이양의 고막을 때렸다.

 

"웅? 우웅? 뭐지?"

 

이양은 문자메시지 착신음 때문에 잠에서 깨었고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허억! 뭐야 세상에! 문자가 2통이나 와 있네! 일하러 오라고 했는데... 어디보자 지갑이랑 가방이..."

 

이양은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일하라고 방금 전에 문자가 2통 연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이양은 입가에 흘린 침을 물티슈로 닦더니, 핸드백에 콘돔, 윤활젤 등을 챙겨서 밖으로 나섰다.

 

다소 술이 덜 깨서 비틀거리긴 했으나, 이번에 이양을 호출한 여관까지 도보 5분 거리로 매우 가까웠다.

 

"아휴... 낮부터 너무 마셨더니... 이거..."

 

이양은 여전히 혈중알콜농도가 높은 상태로 다소 비틀거리며 거리를 활보했다.

 

 

이윽고 여관에 도착한 이양...

 

여관 사장 장여사가 이양을 보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에휴... 이양. 그렇게 낮부터 술마시고 그러면 일을 어떻게 해? 이번에도 문자를 2번이나 보내야 받고..."

 

"미안해요, 장언니... 그나저나 손님은...?"

 

"뭐 아까부터 와서 30분 정도 기다리고 있지 뭘... 어서 들어가봐..."

 

이양은 손님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서둘러 객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침대에 벌거벗은 나체로 있는 남자는, 이 날 점심시간에 음식점에서 봤던 그 30대 남자였다!

 

이양은 순간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세상이 철렁-하면서 파도치듯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이양의 맘을 뒤흔들었던 그 30대 남자, 김데빌이 고추랑 불알까지 다 내놓은 전신 나체로 침대에 누운채 물끄러미 이양을 바라보았는데...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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