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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3 19:32

나는웬수 조회 수:2,312 댓글 수:4 추천:2

일도는 하필 오늘처럼 더운 날에 결혼을 해서 이렇게 땀을 흘리게 만드는 걸까. 

하긴 한 달 전에 잡은 날짜가 이렇게 더운 날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한여름은 피하는 게 나았을 텐데. 짜식,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결혼식장은 전철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오늘처럼 온도계의 수은주가 폭발할 것만 

같은 날에는 땀을 한 됫박을 흘려도 모자라는 거리다. 게다가 나는 지금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맸으니 오죽하겠는가. 

나는 결혼식장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오늘의 예식을 안내해 놓은 팻말들을 살펴보았다. 

 

육일도 

은아리 

 

3층 홍실이었다.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 틈에 끼여서 

땀 냄새나 맡으며 엘리베이터를 타느니 나는 그냥 중앙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쪽을 택했다. 

 

오늘 같이 더운 날에도 이렇게 결혼식을 올리는 청춘남녀들이 많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 아무래도 토요일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근무만 아니었으면 나도 아침부터 와서 일도 뒤를 따라다니며 가방이라도 좀 들어줬을 텐데 결혼식 시간에도 간신히 맞춰서 

오는 형편이니... 역시 먹고 사는 일이 친구보다도 우선인가 보다. 

 

널찍한 중앙 계단으로 터덜터덜 올라가고 있자니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두 명의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 명 모두 결혼식에 걸맞게 투피스 정장 차림이었고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보나마나 오늘 이 곳에서 결혼할 어떤 신부의 친구들이겠지. 일도와 결혼할 아리의 친구들이었으면 좋으련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일단 뒤에서 보기에 그 여자들의 몸매가 제법 봐 줄만 했기 때문이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스커트 아래로 예쁜 종아리를 가지고 있었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보통 키에 조금 통통한 스타일이었는데 굴곡이 있는 몸매여서 오히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보다 내 시선을 더 끌었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의 엉덩이는 스커트가 터져 나갈 것처럼 탱탱했으며 여름옷인지라 팬티 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분홍색 스커트를 벗기고 그녀의 엉덩이에 내 물건을 한번 쑤셔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정말 

끝내주는 기분일 텐데...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친구의 결혼식장에 와서 이런 생각들이나 하고 있으니... 어쨌거나 그 살랑살랑 흔들리는 

엉덩이를 보면서 올라가자니 3층까지 순식간에 도착했다. 

 

3층에는 청실, 홍실 두 곳에서 결혼식이 있었는데 가만 보니 그 여자들은 홍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기대했던 대로 일도와 결혼할 아리의 친구들이라는 말이었다. 

 

두 여자는 신부측 축의금을 접수하는 곳으로 가서 각자 준비해온 봉투를 꺼내 축의금을 냈다. 그리고 돌아설 때 드디어 

나는 두 여자의 얼굴을 감상할 수 있었다.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뻔했다. 

 

뭐 그렇게 못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큰 키만큼이나 얼굴도 길었다. 코도 길고 턱도 아래로 쭉 빠져 있어서 영락없는 말상이었다. 내가 별로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저런 여자는 어쩐지 예민하고 신경질적일 것 같아서 대하기가 껄끄럽게 느껴진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몸매만큼이나 괜찮은 얼굴이었다. 

 

빼어난 미인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만하면 예쁘게 봐 줄만 했다. 눈도 크고 예뻤으며 볼은 조금 통통한 게 귀여운 맛이 

있었고 특히 도톰한 입술이 제법 섹시해 보였다.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을 가진 여자라서 대하기도 편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볼륨있는 몸매가 마음에 들었다. 

패드를 해서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슴도 크고 봉긋하게 솟아 있었고 잘록한 허리와 볼록하게 튀어나온 엉덩이

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를 어디선가 보았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얼굴은 아니었다. 저렇게 귀엽고 섹시한 

여자는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분명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지난주에 창경궁에서 야외 촬영을 할 때 봤던 모양이다. 그 날 네 명 정도의 신부 친구가 왔다 갔는데 아마 그 

중의 한 명이었겠지. 워낙 분주한 탓에 눈여겨보지 않아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 여자들은 잠깐씩 얼굴만 비추고는 모두 일찍 돌아갔기 때문에 같이 술 한 잔 할 기회조차 없었다. 얼굴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할 만도 하다. 

 

일도와 아리도 미안하다며 대신 결혼식 피로연에서 제대로 놀아 보자고 말했기 때문에 사실 오늘은 은근히 피로연에 대한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 

 

걸음을 옮겨 식장 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턱시도에 하얀 장갑을 끼고 사람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일도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도 뽀얗고 새신랑 티가 나는 걸 보니 분이라도 좀 발랐나 보다. 

 

일도는 내 모습을 보자 장갑을 낀 손으로 이마의 땀부터 닦는다. 

---이야, 새신랑 신수가 훤한데? 

---휴, 말도 마라. 아침부터 혼자 이것저것 다 챙기려니 정신없어 죽겠다. 

---미안하다. 내가 좀 도와줘야 되는데... 

 

일도는 외아들인데다 친구도 많이 사귀는 편이 아니어서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라고는 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야 도착했으니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었겠는가. 

 

일도는 다시 친척 어른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나와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걸음을 옮겨 신부 대기실 쪽으로 향했다. 

 

대기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곧 일도의 신부가 될 아리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손짓을 하자 그녀도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주위에는 아까 계단을 올라오면서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도 있었다. 

---아리 씨, 오늘 무지하게 이쁘시네요.  

 

나는 문 안 쪽으로 고개만 들이밀고 말했다. 

---어머, 중국 씨 놀리지 마세요.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부끄럽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언제 봐도 예쁜 여자다. 

 

일도가 내 친한 친구이긴 하지만 역시 녀석에게는 아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둔 신부 앞에서 더 노닥거리는 것도 흉이 될 것 같아 나는 그만 신부 대기실을 떠났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없나 하고 주위를 좀 둘러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녀석 두 놈이 눈에 띈다. 서로 얼굴을 안 보고 

지낸 지 몇 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일도와는 계속 연락을 하고 지냈나 보다. 나와는 별로 친한 녀석들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나쁠 것도 없다. 가서 악수나 하고 안부나 좀 묻다가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나누면 되겠지. 

녀석들도 달리 아는 사람이 없던 차에 나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잘 지내는지 

회사는 잘 다니고 있는지 형식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서민으로 살아가면서 나이 스물아홉 살에 성공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녀석들도 나처럼 별 볼일 없이 회사나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기껏 경쟁 의식을 가지고 던지는 말이라는 게 그 회사라는 

곳이 얼마나 크고 좋은 곳이냐, 그리고 회사에서의 직책이 무엇이냐를 따져 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말단의 회사원들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만 나도 어서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다. 

 

일도가 친하게 지내는 후배 한 명도 어디선가 나타나 아는 척을 했다. 

 

일도와 함께 셋이서 술을 마신 적이 몇 번 있어서 나도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다. 

---잘 지냈어? 얼굴이 훤한 걸 보니 뭐 좋은 일 좀 있나 봐? 

---에이, 중국이 형도 좋은데요 뭐. 형도 잘 지내시죠? 어서 결혼하셔야죠 헤헤. 

 

결혼식장에 가면 꼭 이런 얘기들을 한두 번은 듣게 되는데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남이야 결혼을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어서 결혼하라고들 하는 걸까. 

 

곧 결혼식이 시작되었고 나는 식장 뒤쪽에 서서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어디를 가든 똑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결혼식. 그러고 보면 결혼식장은 공장이나 다름없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윙윙 돌아

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쌍의 신혼부부들을 생산해낸다. 생산된 신혼부부들은 비행기에 실려 저마다의 신혼여행지로 배달이 

된다. 

 

하지만, 오늘 생산된 신혼부부 가운데 은아리, 저 여자만큼 아름다운 신부는 없을 것이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친구의 신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아리는 어떤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지하철 

같은 데서 만나면 뒤꽁무니를 좇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인 여자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콧대가 높은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순하고 여린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서 남자들의 보호 본능까지 불러일으켰다. 

 

크고 맑은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꺾어서 소유하고 싶은 붉은 장미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꿔 주고 싶은 순결한 백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심지어 목소리조차 아이처럼 맑고 고운 음색이어서 그녀의 이미지와 잘 어울렸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은 그녀가 몸에 딱 달라붙어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평소의 그녀와는 다른 

파격적인 옷차림이어서 나는 물론이고 일도 역시 상당히 놀랐다. 

 

나는 콜라병처럼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가 어떤 건지 그녀를 보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그녀도 내 표정에서 뭔가를 눈치를 챘는지 

겸연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셋이서 함께 술을 마시며 노는 동안 쉬지 않고 내 물건이 불끈불끈 서게 만들 정도로 섹시한 

몸매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뒤로 두 번 다시 그런 옷을 입지 않았다. 

 

대학 교수라는 양반의 주례사가 끝도 없이 이어지며 결혼식은 여느 결혼식처럼 딱딱하고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었다. 

 

이렇게 그의 결혼식 장면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부럽고 약간 질투도 난다. 그가 돈이 많은 것도 질투가 나고 아리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신부로 맞이하는 것도 질투가 난다. 

 

두 사람은 작년 가을 선을 봐서 처음 만났다. 일도는 이미 열 번 정도의 선을 봤던 경험이 있었고 그녀는 두 번째라고 했다. 

그는 첫눈에 그녀에게 반했다. 하긴 어떤 남자라고 그녀에게 반하지 않았겠는가. 녀석이 드디어 천사를 만났다며 흥분해서 

내게 전화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했으며 그녀도 그가 싫지는 않았는지 그의 데이트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만남을 계속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보다 네 살이 어렸으며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대충 얘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신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생계를 꾸려 간다고 했다. 그랬으니 결혼 상대자로 일도 정도라면 빠지는 조건은 아니었다. 

 

일도는 보통 남들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태연하게 국수 공장에 다닌다고 말한다. 그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피식 웃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곳은 국수 공장으로는 제법 규모가 큰 

곳이었는데 요즘은 한 걸음 더 나가 종합 식품 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 국수 공장의 사장이 바로 일도의 아버지라는 것이었다. 일도가 외아들이었으니 아버지의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게 될 것이다. 

 

일도는 아리에게만은 그냥 국수 공장에 다닌다고 말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녀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처음 만난 자리에서부터 

은근슬쩍 자기 집안의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내게 얘기해 주었다. 

 

---아리 씨, 혹시 국수 좋아하세요? 

---국수요? 싫어하지는 않아요. 

---그럼 △△ 국수라고 아세요? 

---네, 알아요. 

---아, 그럼 앞으로는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거기 저희 아버지가 경영하는 곳이거든요. 조금 있으면 제가 물려 받게 될 겁니다. 

 

그가 그런 얘기를 꺼낸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안 그랬다면 그는 다른 곳에서 점수를 딸 길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유머감각 같은 건 없는데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숙맥이었다. 그랬으니 

천사 같은 아리 앞에서는 오죽했겠는가. 

 

일도는 아리와 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될 때까지는 항상 나를 불러냈다. 나는 말하자면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맞춰 주는 

삐에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도와 내가 친한 친구로 지내는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여자애들과 잘 어울려 노는 편이었으니까 말이다. 녀석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녀석이 펑펑 써 대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녀석은 입버릇처럼 자기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게 되기만 한다면 내게도 한자리 주겠다고 말한다. 녀석은 정말 

그럴 것이다. 나는 녀석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말이다. 사실 나 역시 그의 그런 말에 기대를 가지고 있다. 뭐 그래서 녀석과 

일부러 더 친하게 지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람이 사는 게 다 그런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제 일도 녀석은 그렇게 고대하던 아리와의 첫날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아직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했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까닭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마치 유치원생처럼 순진해지기 때문이다. 

 

그녀가 유치원 선생이었으니 둘은 정말 딱 어울리는 커플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내가 옆에서 수없이 코치를 해주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한번은 녀석과 내가 짜고 그녀에게 일부러 술을 많이 먹인 적이 있었다. 나는 두 사람을 호텔 방에 넣어 주고 돌아갔는데 다음 날 녀석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술이 너무 취해 자신도 그만 뻗어 버렸다는 것이다. 

 

일도 녀석은 술이 좀 약한 편이다. 함께 룸살롱에 가도 녀석은 양주 한 잔을 몇 번씩이나 홀짝거리며 나눠 마시곤 한다. 

 

룸살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룸살롱에서는 진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잘 논다. 여자 앞에서 숙맥인 그가 유일하게 여자들과 잘 어울려 노는 곳이 룸살롱이었다. 

 

나가요 걸들이 최고로 쳐 주는 남자는 바로 일도처럼 돈 많은 남자였으니 그도 그런 여자들 앞에서는 자신감이 생기는 모양

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런 곳에 있는 여자들은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은연중에 깔보는 버릇이 있어서 함부로 대하곤 했다. 

 

아무튼 두 사람의 만남은 계속됐지만 그는 그녀와 섹스를 하지 못해 애가 탔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어디서 다른 놈이 나타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채 갈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망상들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가능하면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키는 쪽이 옳다는 입장이었다. 선을 봐서 

만났으니 아무래도 결혼 전에는 그렇게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선이란 게 무엇인가. 

결혼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선남 선녀가 만나서 서로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져 보면서 일종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결혼 전에 덜컥 관계를 가지는 것은 조금 경솔한 면이 있다. 결혼이라는 완전한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도는 결혼을 서둘렀다. 원래는 봄에 결혼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아리 쪽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 결혼을 승낙 

받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녀는 결혼을 위해서 유치원 교사마저 그만뒀다. 아마 일도가 그만두게 했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소중한 보물처럼 꽁꽁 숨겨 두고 자신만 몰래 꺼내 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마침내 결혼식이 모두 끝나고 기념 촬영이 시작되었다. 결혼식에 참석한 일도의 친구라고는 나를 포함해 고작 네 명이 전부

였지만 녀석의 회사 동료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어디선가 우르르 몰려와 자리를 꽉 메웠다. 신부의 친구들 쪽은 일고여덟 

명이 자리를 하고 있어 그런 대로 썰렁하지는 않았다. 

 

신부 친구들 쪽을 힐끗힐끗 봐도 역시 아까 계단을 오를 때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그 중에서 제일 괜찮아 보였다. 물론 신부인 은아리에게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안 예쁜 신부가 없다지만 아리의 경우에는 두꺼운 신부화장이 

오히려 그녀의 아름다움을 덮어 버리고 있었다. 

 

일도 녀석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신부의 얼굴을 보며 연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아마 녀석은 머리 속으로 내일 있을 첫날밤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오늘 밤에는 피로연이다 뭐다 해서 시내의 호텔에서 하루 머물고 내일 아침에 신혼 여행지인 발리로 

출발하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결혼식 끝나고 피곤한 채로 부랴부랴 공항으로 떠나고 하는 것이 신랑 신부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그는 신혼 여행지로의 출발을 하루 늦춰 잡았던 것이다. 

 

출근 걱정이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신혼 여행 기간도 열흘이 넘는다고 했다. 먼저 발리에 있는 클럽 메드라고 하는 리조트에서 푹 쉬고 나서 싱가폴과 태국 쪽을 쭉 돌아보고 올 작정이라고 했다. 

 

내게는 꿈같은 얘기다. 녀석은 농담 삼아 자기가 비용을 다 댈 테니 같이 가자고 했지만 휴가라고 해 봤자 고작 사흘도 빼기 

힘든 내게는 놀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기념 촬영도 모두 끝나고 나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꼭대기 층에 있는 뷔페로 향했다. 

 

대충 배를 채우고 앉아서 음료수나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자니 폐백을 끝낸 신랑 신부가 인사를 하러 올라왔다. 

두 사람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었다. 테이블을 돌던 끝에 일도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나를 불렀다. 

 

그는 내게 신랑 친구들은 물론이고 신부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먼저 피로연 장소로 이동하라고 말했다. 자기는 신부와 함께 

어른들께 인사를 더 드리고 옷도 갈아입고 신부 화장도 좀 지운 다음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약도를 그려 가며 내게 피로연 

장소를 설명해 줬다. 

 

남아 있는 신부 친구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그 중에는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심 기쁜 마음으로 그 여자들을 데리고 피로연 장소로 향했다. 남자들은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 두 명과 일도의 후배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남자는 네 명뿐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으면 남자들은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동물적인 본능일까? 

 

피로연 장소는 결혼식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날씨가 무척 더웠기 때문에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땀이 흘렀다. 여자들은 햇빛 때문에 저마다 핸드백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피로연 장소로 잡은 곳은 지하에 있는 술집이었는데 들어서면 입구에 넓은 홀이 있었고 한쪽 복도를 따라서 방문들이 몇 개 

있었다. 언뜻 봐도 싸구려 술집 같지는 않은 곳이었다. 아직 저녁 시간이 되려면 멀었으니 손님이 있을 리는 없었고 우리들이 

도착하자 종업원이 바로 나왔다.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종업원은 우리가 피로연 손님인 것을 알고는 방이 있는 쪽으로 안내를 했다. 

 

종업원이 복도의 안쪽으로 안내한 곳은 방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작은 홀 같은 곳이었는데 노래방 기계와 함께 멀티 비전이 깔린 무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둘러싸고 편안해 보이는 가죽 소파가 쭉 놓여 있었다. 정말 피로연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나는 일단 맥주와 과일 같은 것들을 몇 개 시키고 피로연 때 쓰기 위해 날계란이나 바나나를 비롯해 간단한 준비물들을 종업원

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신랑 신부가 오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들 걸어오느라 땀을 흘린 탓인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종업원에게 얼음을 띄운 냉수를 부탁했다. 그리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달라고 했다. 투피스의 상의를 벗어 벽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 놓는 여자들도 있었다. 나도 손에 쥐고 있던 양복 상의를 

한쪽에 던져 두고 넥타이를 조금 헐렁하게 풀었다. 

 

아직 신랑 신부가 없고 서로 아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신랑 친구들과 신부 친구들은 마치 처음으로 미팅에 나온 중학생들처럼 두 패로 나뉘어 앉아 데면데면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럴 때는 조금 나서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한결 분위기가 좋다. 평소에 내가 바로 그런 편이었는데 아직까지는 조금 

자제를 하기로 했다. 더위 때문에 피곤하기도 하고 분홍색 스커트를 입은 여자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나서서 방정을 떨면 괜히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일단 얌전하게 앉아서 분위기를 탐색을 하는 편이 최선의 길이다. 

 

맥주와 과일 안주는 속속 도착했지만 신랑 신부는 좀처럼 도착하지 않았다. 

방 안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 조그맣게 떠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슬슬 움직여 볼까 생각하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병따개를 들고 여자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 테이블 위에 죽 놓인 맥주병들을 따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자들에게 맥주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여자들은 어머,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말을 건네며 두 손으로 공손히 잔을 들어 내가 따라 주는 맥주를 

받았다.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에게는 맥주를 다 따르고 나서 싱긋 웃어 보인 다음 말을 걸었다. 

---저기, 저번에 야외 촬영할 때 나오신 분이죠? 그 날 저도 갔었는데... 

---네? 

 

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했다. 

---지난 주 일요일에 일도와 아리 씨가 창경궁에서 야외 촬영할 때 말이에요. 그 때 오셨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뇨? 저는 그 날 일이 있어서 못 갔는데요...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나는 여자들에게 술을 다 따라 주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여자들은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가만히 관찰해 본 결과, 예식장 계단을 오를 때 보았던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와 흰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두 사람끼리만 얘기를 나누었고 나머지 다른 네 명의 여자들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 것 같았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동창들과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서로 나뉘듯이 저 여자들도 아리의 서로 다른 

부류의 친구들인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는 굉장히 낯이 익었다. 그 날 야외 촬영에서 본 것이 아니라면 그냥 단순한 나의 

착각인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분명하게 기억에 남은 인상이었다. 도대체 그녀를 어디서 본 것일까.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나 전철에서 보았던 여자라면 아무리 미인일지라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맥주를 몇 잔씩 마시고 있는 동안 마침내 신랑 신부가 도착했다. 

두 사람은 간편한 옷으로 갈아 입은 상태였고 아리는 신부 화장을 지운 얼굴이었다. 역시 그녀는 신부 화장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더욱 빛나는 얼굴이다.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도착하자 방 안은 곧 활기를 찾았다. 저마다 신랑 신부에게 한 마디씩 건네고 웃고 떠드느라 방 안은 

금세 떠들썩한 시장 한복판처럼 변했다. 

 

양주도 몇 병 시키고 다른 안주들도 몇 개 더 나왔다. 그리고 일도의 후배 녀석은 신랑 신부에게 짓궂은 게임들을 시키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어느 정도 술이 돌고 나서 결국 그가 나섰다. 일도는 그냥 노래나 부르면서 놀자고 했지만 다들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신랑의 아랫도리에 바나나를 끈으로 묶어 놓고 신부에게 입으로 바나나를 먹게 하는 게임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아리는 머뭇거리며 도무지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야유를 보내며 빨리 하라고 난리가 났다. 자세한 사정을 아는 나로서는 그런 광경을 보고 있기가 무안했다. 두 사람은 아직 섹스도 하지 못한 사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물론 포옹이나 키스는 했다고 하지만 펠라티오까지는 아무래도 하지 못했을 테니 그녀가 머뭇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성화가 계속되자 아리는 결심을 하기라도 한 듯 마침내 자세를 낮추고 바나나가 덜렁덜렁 달려 있는 일도의 아랫도리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사람들은 환성을 질렀지만 나와 일도는 오히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일도는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곧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웃음으로 바뀌었다. 녀석, 아무래도 나중에 그녀가 그렇게 해주는 장면을 상상한 것은 아닐까. 

 

그녀는 바나나 껍질을 까고 입으로 하얀 바나나 속살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제법 부드러운 동작으로 바나나를 입에 넣었다 뺐다 하는 그녀의 입술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물건이 근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 발갛고 도톰한 입술이 마치 내 성기를 물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늘 막 친구의 아내가 된 여자를 보며 

이 무슨 망측한 상상이란 말인가. 하지만 저런 미인이 내 성기를 빨아 준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어차피 그림의 떡인데 상상하는 것 정도야 뭐 어떻겠는가. 

 

계속해서 좀 더 짓궂은 게임으로 넘어가는가 했더니 계란 노른자를 입에서 입으로 옮기는 게임에서 일도와 아리의 완강한 거부 반응 때문에 결국 무난한 것들로만 진행이 되었다. 신랑에게 폭탄주를 만들어 먹이고 신부가 노래를 부르게 하는 등의 비교적 무난한 것들 말이다. 

 

어쨌거나 모두들 즐거운 분위기였다. 일도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아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결혼식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여자에 대해서 슬쩍 물어 봤다. 

---누구요? 분홍색 투피스... 아, 방희 말이군요? 

---네, 잘 아는 친구예요? 

---그럼요, 아주 친한 친구죠. 중국 씨, 방희한테 마음 있나 봐요? 

---아뇨, 꼭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인상이 좋아서요. 

 

그러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곧 손짓을 해서 방희라는 이름의 그 여자를 이쪽으로 불렀다. 아리는 방희와 

나를 서로 인사시켰다. 방희도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내게 인사를 하고 맥주도 한 잔 따라 주었다. 우리 셋은 건배를 하고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방희 씨랑 아리 씨는 고등학교 동창인가 봐요? 

 

무심코 던진 내 질문에 잠시 두 여자는 얼굴을 마주 봤다. 

---아, 아뇨...방희랑은 같은 유치원 선생님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방희 씨도 유치원 선생님이었군요. 와, 그 유치원은 미인 선생님들만 있네요. 우씨, 나도 다시 유치원 

가고 싶다. 

 

내 말에 두 여자는 까르르 거리고 웃었다. 

 

아리는 곧 일도와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러 무대로 나갔고 나는 방희와 둘이 앉아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가끔씩 농담들도 

하고 그랬는데 방희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고 웃다 못해 아예 배를 잡고 소파에 쓰러질 정도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역시 처음 느낌처럼 밝고 명랑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처럼 귀엽고 통통한 여자들은 대부분 

성격이 좋다. 그리고 남자들에게 몸도 잘 준다. 안 그런 여자들도 있겠지만 내가 만난 여자들의 상당수가 그랬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아주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다. 잘하면 결혼식장 계단을 오를 때 그녀의 엉덩이를 보면서 했던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술도 조금씩 들어가고 노래를 부르고 노는 사이에 방 안 분위기는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바뀌었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들도 어느 틈에 다른 여자들과 함께 붙어서 술잔을 부딪히며 얘기들을 나누고 있었고 일도의 후배 녀석은 

아예 두 명의 여자를 앞에 놓고 신이 나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청춘 남녀들이 한 방에 모여 있으니 역시 가만히 

놔둬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그런 분위기에 불을 당기기라도 하듯이 일도의 후배 녀석이 무대로 나가더니 '밤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나와서 춤을 추라고 손짓을 했다. 

 

일도와 아리는 벌써 찰싹 달라붙어 블루스를 추기 시작했고 눈치를 보던 고등학교 동창 중의 한 놈이 앞에 있는 여자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방희에게 눈짓을 주니 역시 그녀는 생긋 웃으며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방희의 허리는 손에 착 달라붙는 묘한 손맛이 있었다. 허리가 들어가고 그 아래 엉덩이가 빵빵하게 튀어나와 있어서 그 굴곡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흐느적거리는 노래에 맞춰 스물다섯 살 먹은 싱싱한 아가씨를 부둥켜안고 춤을 추고 있자니 

주책없이 내 물건이 슬슬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제법 묵직해진 내 물건이 방희의 아랫도리에 한번씩 부딪혔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을 텐데 거리낌없이 계속 춤을 췄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좀 더 과감하게 내 물건을 그녀의 몸에 대고 비볐다. 

묵직해진 내 물건이 그녀의 살에 짓눌리자 조금 멈칫하는 거 같았지만 그녀는 붙은 몸을 떼지 않았다. 

 

나는 허리에 있던 손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주물렀다. 몰캉거리는 좋은 감촉이 느껴지면서 그녀가 엉덩이를 살

짝 흔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손을 위로 올려 그녀의 허리를 슬슬 문지르다가 내 아랫도리 쪽으로 약간 힘을 주어 잡아 당겼다. 그러자 그녀가 내 귓불에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우리는 그대로 달라붙어서 한 곡의 노래가 더 이어질 동안 블루스를 췄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는데 방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장실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방을 나갔다. 맥주를 따라서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아리가 옆에 와서 앉더니 내 허리를 쿡 찌르면서 말한다. 

---어머, 중국 씨 방희랑 아주 뜨거운데요? 이러다 두 사람 일내는 거 아니에요? 

---참, 아리 씨도 무슨 말이에요. 그냥 블루스 한 곡 춘 거 가지고. 

---아유, 부러워.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도 옆으로 옮겨 앉았다. 

부럽다니? 오늘 결혼식을 치른 신부가 뭐가 부럽다는 말인가? 나랑 춤을 춘 방희가 부럽다는 말인가? 뭐 별 의미없이 던진 

말이겠지만 조금은 알쏭달쏭한 말이었다. 

 

이어지는 노래는 신나는 댄스 곡이었다. 탬버린을 흔들며 모두 뛰쳐나가 열광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는 문득 여기가 룸살롱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도 어차피 맥주 양주를 테이블에 깔아 놓고 아가씨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그냥 룸살롱이라고 생각해도 다를 게 하나도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일도 녀석이 그래서 지금 저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녀석은 룸살롱에만 가면 물을 만난 고기처럼 팔딱 

대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우스웠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내 머리 속에 뭔가 스치는 것이 있었다. 

룸살롱이라... 

한 달 전쯤이었나. 

회사 사람들과 회식이 끝나고 관리부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들과 함께 강남에 있는 룸살롱에 간 적이 있었다. 그 양반들도 나처럼 젊고 잘 노는 녀석을 한 명 끼우고 싶었던 건지 그냥 회식 자리에서 내가 술을 잘 따라서 귀엽게 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도 처음으로 그런 자리에 끼여서 가게 되었다. 

 

일도나 친구들과 함께 가는 룸살롱이라면 모를까 회사 간부들과 함께 간 룸살롱은 재미없기 짝이 없었다. 노친네들이 제대로 

놀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딸 같은 아가씨들을 끼고 청승맞은 옛날 노래나 부르고 있으니 재미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그 때 관리부장 옆에 앉아서 생글생글 웃으며 과일을 먹여 주던 아가씨...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에 나온 멋대가리 없는 미인들이 아니라 키도 적당하고 몸매도 약간 통통한 듯 굴곡이 있었고 얼굴도 꽤 

귀엽다고 생각했던 여자다. 

 

맞다. 

 

그 여자가 바로 방희였다. 

 

틀림없다. 순식간에 나는 명확한 기억을 되찾았다. 바로 그 얼굴이었다. 

 

방희를 어디선가 봤다고 느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야외 촬영에서 본 것도 아닌데 내가 자꾸 그녀를 봤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그녀를 룸살롱에서 봤기 때문이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내 전 재산을 걸고 내기를 해도 좋다. 

 

그렇다면 은아리, 그녀는... 

 

아리는 방희가 자신과 같은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했다.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일도 옆에서 얌전하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아리를 바라보면서 내 머리 속은 마치 컴퓨터가 부팅될 때처럼 드르륵거리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언젠가 한번 아리가 몸매가 드러나는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왔을 때를 떠올렸다. 그 때 그녀를 보면서 느꼈던 내 솔직한 심정은 그녀가 마치 술집에 나가는 여자 같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와 결혼할 여자에게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불경스러워 그 생각은 잠깐 하고 말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섣불리 속단해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람들이 춤을 추게 내버려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는 어둠침침했고 축축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방문을 닫자 노랫소리가 웅웅 소리를 내며 복도의 

천장까지 울렸다. 입구 쪽으로 조금 걸어가자 아무도 없는 썰렁한 홀에 혼자 소파에 기대 앉아 케이블 티브이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는 종업원이 보였다.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문들이 죽 늘어선 복도를 걸었다. 복도의 끝에는 화장실을 가리키는 

커다란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멍한 기분으로 붉은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걷고 있는데 복도 끝에서 화장실에 갔다 돌아오는 방희가 불쑥 나타났다. 나는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어머, 혼자 나와서 뭐하세요? 

---후후, 방희 씨가 언제 오나 하고 마중 나왔죠 뭐... 

---와, 절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영광인데요? 

---그런데, 방희 씨 저랑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저랑요? 무슨 얘긴데요? 

 

나는 마치 중요한 할 얘기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은 다음 잠깐이면 되니까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했다. 닫혀 있는 다른 방의 방문을 슬쩍 열어 봤더니 역시 열려 있었다. 나는 그녀를 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녀는 약간 머뭇거리긴 했지만 순순히 

따라 들어왔다. 

 

피로연이 열리고 있는 방보다는 작은 방이었다. 정말 룸살롱 분위기가 나는 방이었다. 나는 먼저 소파에 앉고 그녀에게 옆에 

앉아 보라고 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물으면서도 일단 내 옆에 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내 눈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는 방희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분위기가 깨질 것만 같았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덥석 방희의 어깨를 잡고 내 쪽으로 당겼다. 그런데 그녀는 내게 몸을 맡기며 살짝 눈을 감았다. 

나는 안도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키스 타이밍이라는 것은 상당히 애매하다. 혼자만의 분위기에 젖어 섣불리 키스를 하려고 했다가 상대방에게 거절당하고 

꿈이 확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좀 이른 감이 있지 않나 싶었는데 방희가 받아 주어서 다행이었다. 

 

방희의 입술은 생각했던 대로 부드럽고 달콤했다. 나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천천히 빨았다. 그리고 조금씩 혀를 밀어 넣어 

그녀의 입술을 열고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따뜻한 혀가 내 혀를 맞이해 주었다. 그녀와 내 혀는 곧 뒤엉켜 손가락 싸움을 하듯 상대방의 혀를 애무했다. 

 

키스를 하면서 나는 그녀의 투피스 상의를 벗겼다. 약간 거부하는 듯했지만 그녀도 곧 순순히 상의를 벗었다. 나는 두 손에 힘을 주고 그녀를 꼬옥 안았다. 실크 블라우스의 부드러운 감촉 속에서 그녀의 유방이 내 가슴에 눌리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 상태에서 그대로 손을 밑으로 내려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짝씩 꽉 움켜잡았다. 그녀가 약간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채 슬슬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녀의 목구멍에서 으응 하는 신음 소리 같은 것이 울려 나왔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문지르다가 슬쩍 스커트의 지퍼를 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잽싸게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키스를 하던 입을 떼고 내 얼굴을 봤다. 

---사람들도 있는데 그러시면 안 되요. 

---여기 사람들이 어디 있어요? 방희 씨와 나 둘뿐인데요? 

---아잉, 장난치지 마시고 그만 룸으로 돌아가요. 

 

나는 약간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룸살롱에서 그녀를 보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녀는 관리부장 옆에서 귀여운 표정으로 잘도 애교를 부리더니 결국 2차까지도 갔었다. 쉰 살이 넘은 데다 기름기가 잔뜩 낀 

배불뚝이가 이렇게 탱탱한 아가씨의 살 속에 성기를 집어넣고 끙끙대면서 용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질투심 같은 

것이 맹렬하게 치솟았다. 

 

나는 다시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다. 

 

그녀는 내 입술에 막혀 응응 소리를 내면서도 키스를 받아 주었다. 

 

별일 없다면 오늘 저녁에는

 

모두들 노래를 부르다 지쳐 버릴 때까지 피로연은 계속되었다. 

 

다들 술도 제법 마셨고 특히 일도는 주량 이상으로 많이 마셔 버렸다. 

 

그런데도 녀석은 내일 신혼 여행을 간다고 마음을 탁 놓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까지 정신은 말짱해 보였다. 

 

일차로 피로연을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거리는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뭐야, 아직 날이 환하네 야, 우리 어서 2차 가자. 중국아, 앞장 서라! 

 

술이 취한 일도 녀석이 목청 높여 소리를 쳤다. 

---일도야, 너도 그렇고 신부도 피곤한데 가서 좀 쉬어야지.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가자. 내가 너 바래다주고 갈 테니까. 

---야, 나 아직 말짱해. 어서 앞장 서 인마. 

 

일도가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결국 이차를 가기로 했는데 먼저 신부 친구 네 명이 자기들은 그만 가 봐야겠다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등학교 동창 두 놈도 가야겠다며 나섰다. 녀석들은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어서, 

일도 도 별로 붙잡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들 여기서 헤어지자는 분위기가 되어 버려 결국엔 방희와 나만 남게 되었다. 

 

방희도 계속 남아 있기가 껄끄러웠는지 가겠다고 했지만 일도 녀석이 강력하게 붙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함께 남아 있게 

되었다. 

 

우리 네 사람은 택시를 타고 일도가 오늘 밤을 묵기로 예약해 놓은 호텔 근처로 이동을 했다. 아무래도 호텔 근처에서 마셔야 

부담이 없으니까 말이다. 신혼 여행에 가져 갈 짐은 벌써 호텔로 보냈다고 했다. 

 

호텔 근처에는 드문드문 몇 개의 술집 간판들이 보였다. 우리는 세계 맥주 백화점이라는 요란한 간판을 달고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그 곳은 건물 2층에 있는 곳이었는데 계단을 올라갈 때 나는 마침 방희의 뒤에서 따라 올라가게 되었다. 

 

다시 한번 방희의 탐스러운 엉덩이가 내 눈앞에서 씰룩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팽팽하게 터질 것만 같은 분홍색 스커트 밑에는 팬티도 입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 팬티 라인도 없이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은 스커트는 그녀의 엉덩이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그녀의 엉덩이에 내 물건을 꽂아 넣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손을 뻗어 방희의 엉덩이를 살짝 주물렀다. 팬티가 없어서 그런지 엉덩이 감촉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어머 하고 짧게 소리를 쳤다. 그 바람에 앞에 올라가고 있던 아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방희는 발을 잘못 디뎌서 그랬다고 잘 둘러댔다. 

 

우리 네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팝송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얘기는 주로 일도 녀석이 했다. 그는 여전히 흥분된 상태였다. 

 

게다가 술도 많이 취했으니 말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도 녀석은 계속 맥주를 마셨다. 옆에 있는 아리가 말려도 소용없었다. 

 

평소에는 누가 자꾸 마시자고 해도 자기가 알아서 주량을 조절해서 마시던 놈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했다. 결혼식이라고 실컷 

기분을 내고 싶은 모양이다. 

 

결국 술집을 나왔을 때 일도는 내가 부축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서기도 힘들 정도였다. 역시 호텔 근처로 옮겨서 술을 마시길 

잘했다. 아리는 옆에서 불안한 눈으로 일도를 부축하고 있는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서도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가끔 내 눈치를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린 적이 몇 번 있었을 뿐이다.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벨맨이 달려나와 안내를 했다. 나는 벨맨에게 일도의 부축을 맡기고 프런트로 가서 예약이 되었는지 

확인을 했다. 일도의 이름을 대자 프런트 클락이 곧장 키를 내줬는데 키가 두 개였다. 어떻게 된 건지 묻자 클락은 일도의 

이름으로 두 개의 방이 예약되어 있다고 했다. 일도에게 가서 물어보니 녀석은 내가 잘 방까지 두 개를 미리 예약했다는 

것이었다. 

---인마, 그럼 내가 너 여관에다 재울 줄 알았냐? 푹 자고 내일 공항까지 바래다 줘야 할 것 아냐. 

---그냥 아무 데서나 자면 되지. 나 혼자 자는데 뭐 하러 비싼 데서 자냐. 

 

나는 방을 하나 취소하려고 했는데 일도는 이미 방 값이 다 입금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니 아무 소리 말고 그냥 자라고 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숙박부에 서명을 하고 키를 받았다. 

 

일도와 아리가 머물 방에는 짐이 몇 개 들어가 있어서 우리는 일단 내가 머물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가서도 일도는 

마지막으로 술을 한잔 더 하자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녀석이 저렇게 끝까지 술을 마신다고 하는 걸 보면 정말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그리고 술이 약한 일도는 벌써 주량을 훨씬 초과했는데 이렇게 잘 버티고 있는 걸 보니 결혼이라는 게 좋긴 

좋은 모양이다. 

 

녀석은 미니바에서 캔맥주 네 개를 꺼내 육포와 함께 창가의 테이블에 내려놓고 다들 마시자고 불렀다. 하지만, 아리 와

방희는 마시지 않는다고 해서 나는 할 수 없이 녀석과 마주 보고 앉아 캔맥주 하나를 땄다. 

 

아리와 방희는 피곤하기도 하고 땀도 많이 흘렸으니 함께 저쪽 방으로 가서 샤워를 좀 해야겠다고 했다. 두 여자가 나간 뒤 

나는 일도와 캔맥주를 마셨다. 그러고 ,보니 나도 방희와 섹스를 하고 나서 제대로 씻지도 않았기 때문에 맥주 한 캔을 비운 

뒤에 샤워를 좀 해야겠다고 일어섰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일도 녀석은 테이블 위에 머리를 눕히고 뻗어 있었다. 어쩐지 용하게 버틴다 싶었더니 결국 뻗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뻗어 있는 녀석을 내버려 둔 채 혼자서 맥주를 한 캔 더 땄다. 

불쌍한 녀석... 

 

나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에게 말해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리에게서 온 전화였다. 그녀는 아직도 술을 마시느냐고 물었다. 일도가 이미 뻗었다고 말하자 그녀는 방희도 지금 간다고 

하니 그럼 일도를 그 쪽 방으로 좀 옮겨 달라고 했다. 

 

나는 문을 열어서 고정시킨 다음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일도를 업었다. 그렇게 업고 옆 방으로 가니 아리는 이미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일도를 커다란 더블베드 위에 내려놓았다. 녀석은 제대로 곯아떨어져 정신을 못 차리고 계속 

뻗어 있었다. 내가 녀석의 신발을 벗기자 아리가 나서서 말리더니 자기가 대신했다. 

---아리 씨, 걱정 마세요. 이 놈이 오늘 결혼식이라고 너무 좋아서 그런 거니까요. 평소에는 안 그러는 거 알잖아요. 

 

그녀는 가볍게 웃어 보였지만 이상하게 표정은 더욱 굳어 있는 기분이었다. 

아리는 방희를 바래다준다고 나섰지만 내가 말렸다. 

---아리 씨는 일도를 챙기셔야죠. 방희 씨는 제가 바래다줄 게요. 택시까지 잡아 주고 올 테니까 걱정마세요. 

 

결국 나는 방희와 함께 방을 나왔다. 아리가 문을 열고 우리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나는 할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방희의 허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어머 왜 이러세요. 

---어딜 그냥 가려고? 

 

나는 그녀에게 내 방으로 돌아가서 잠깐 같이 있자고 했다. 그녀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연히 안 된다고 하지 좋아도 좋다고 

냉큼 말하는 여자는 아무도 없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로비층에 도착하자 나는 다시 문을 닫고 방이 있는 11층 버튼을 눌렀다. 

 

그녀도 금방 체념을 했는지 정말 안 되는데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 둔 키로 방문을 열었다. 

 

방희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방문을 닫고 그녀를 확 끌어안았다. 

 

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입을 맞추며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스커트도 여름 옷이라 얇은 데다가 팬티를 입지 않아서 그런지 감촉이 정말 좋았다. 

 

나는 두 손으로 힘을 주어 그녀의 엉덩이를 마구 주물렀다. 

 

그녀는 키스를 하면서도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앙탈 부리듯 엉덩이를 흔들었다. 

 

나는 스커트 밑으로 바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 오빠 하지 마. 

 

나는 손바닥으로 그녀의 몸이 갈라지는 부분을 감쌌다. 야들야들한 피부와 꺼칠꺼칠한 음모가 한 손에 다 느껴졌다. 

---음, 방금 샤워를 해서 그런지 피부가 뽀송뽀송한데? 

 

나는 그녀를 안고 그대로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를 밀어 침대 위로 함께 쓰러졌다. 

 

나는 먼저 그녀의 투피스 상의부터 벗겼다. 그리고 실크블라우스도 단추를 하나씩 풀고 벗겼다. 

 

브래지어를 찬 그녀의 가슴이 나타났는데 늘어지지 않고 봉긋하게 솟은 예쁜 가슴이었다. 

 

나는 브래지어마저 벗기고 그것을 뒤로 휙 집어던졌다. 그리고 그녀의 유방을 주물렀다. 

 

아직까지는 탄력있는 유방이었다. 주물렀을 때 손바닥에 탱글탱글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입을 갖다 대고 그녀의 유방을 애무했다. 

---아흐흥, 오빠 살살 해. 

 

그녀의 유두를 입에 넣고 쪽쪽 빨면서 혓바닥으로 계속 놀려 줬더니 유두는 금세 딱딱해졌다. 

 

그렇게 유두를 빨면서 쉬지 않고 유방을 손으로 주물럭거렸더니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뒤틀고 두 다리를 배배 꼬기 시작했다. 

---아앙, 미치겠네. 

 

그러더니, 그녀는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일으켜 내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내 혀뿌리까지 깊숙이 자신의 혀를 밀어 넣어 구석구석 핥았다. 

 

나는 키스를 하면서 그녀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의 분홍색 스커트 지퍼를 내리고 단숨에 쫙 벗겼다. 그녀가 발을 들어 치마를 벗더니 발로 치마를 휙 집어던졌다. 

 

처음부터 팬티는 입고 있지 않았으니 그녀는 이제 완전히 알몸이 되었다. 

 

그녀는 재빠른 동작으로 허리띠를 풀고 내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팬티마저 순식간에 벗겼다. 그러는 동안 나는 와이셔츠를 

벗어서 나도 곧 알몸이 되었다. 

 

그녀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내 성기를 손에 쥐더니 입으로 그것을 빨기 시작했다. 

 

그녀가 부드러운 혀로 살살 돌리면서 내 성기의 대가리 부분을 핥자 그 놈은 점점 커져서 팽팽하게 솟구쳤다. 그녀는 그 놈을 

자기 입 안 깊숙이까지 넣어서 쪽쪽 빨아주었다. 찌릿찌릿한 쾌감에 나는 두 눈을 감고 그녀의 입에 내 물건을 맡겼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필 이럴 때 전화가 오다니. 호텔 측에서 전화를 걸어올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전화를 걸 사람은 아리 밖에 없었다. 나는 받아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방희가 내 물건에서 입을 떼면서 말했다. 

---저기, 오빠, 나 아리한테 다 말했어요. 

---말했다고? 뭘 말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오빠가 아리의 과거를 알고 있다고 말해줬어요. 

---뭐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말 안 하면 어떡해요? 아리도 알고 있어야지 대처를 할 거 아니에요. 

 

전화벨은 그치지 않고 계속 울리고 있었다. 나는 일단 전화를 받았다. 

---중국 씨? 방희는 잘 갔어요? 

---네, 택시 태워서 잘 보냈어요. 아리 씨도 피곤할 텐데 어서 주무세요. 

---네, 그런데 할 얘기가 있어서요. 제가 지금 그 방으로 가서 잠깐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네? 아니, 지금 이 방으로 온다고요? 일도는 어떡하고요? 

---일도 씨는 지금 정신없이 자고 있어요. 아까부터 취해서 뻗어 있었잖아요. 

---아니, 무슨 얘긴데... 다음에 하죠? 

---아뇨, 오늘 꼭 해야 되요. 내일은 제가 바로 신혼 여행 가잖아요. 

---아, 지금은 좀 곤란한데...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 아뇨, 그럼 5분만 있다가 오세요. 

---네, 그럼 문 열어 주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방희를 바라봤다. 

---어머, 난 몰라. 그냥 오라 그러면 어떡해요? 

---그런 얘기할 시간 없어. 어서 옷 입고 나가. 좀 있으면 아리 씨가 올 거야. 어서. 

 

나는 서둘러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주워 입었다. 그런데 방희는 여전히 알몸인 채로 아까 내가 집어던진 브래지어를 찾고 

있었다. 

---어우, 난 몰라. 오빠 아까 브래지어 어디로 던졌어요?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그녀의 분홍색 스커트와 재킷 그리고 블라우스를 주워서 그녀의 품에 안겨 주었다. 

---지금 시간없어. 어서 입고 나가라니까. 

---아유, 그래도 브래지어는 해야지. 팬티도 안 입었는데. 

 

브래지어는 창가의 일인용 소파 뒤쪽에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방희가 브래지어를 찾아서 집어 들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딩동 하고 울렸다. 아리가 벌써 온 모양이었다. 

---아, 미치겠네. 5분 있다 오라니까 왜 벌써 오고 난리야. 

 

나는 방희의 등을 떠밀어 욕실에 숨기려다가 아무래도 불안하여 가운과 슬리퍼를 넣어 두는 옷장의 문을 열고 거기 

들어가라고 했다. 

 

방희는 발가벗은 채로 옷가지들을 품에 안은 채 옷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구두와 핸드백도 옷장 속으로 넣고 문을 

닫았다. 

 

방문을 열자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편하게 갈아입은 아리가 들어왔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힐끔 옷장을 봤지만 당연히 사람이 들어있다는 표시는 나지 않았다. 

 

아리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아직 이불을 들추지 않은 침대를 보고는 그냥 그 위에 앉았다. 

 

나는 미니바를 열고 그녀에게 뭐 좀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괜찮다고 했다. 나는 캔맥주 하나를 꺼내서 들고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얘기를 꺼냈다. 

---방희한테 얘기 다 들었어요. 이미 다 알고 있다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릴게요. 

---네? 무슨... 

---제가 룸살롱 나갔던 사실 다 알고 있다면서요? 어떻게 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을 일도 씨도 알고 있나요? 

---아뇨, 일도는 전혀 몰라요. 

---확실한가요? 

---네, 확실해요. 그 놈은 아무 것도 몰라요. 

 

그녀는 잠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떡하실 건가요? 

---어떡하다니요? 

---일도 씨에게 그 사실을 말할 건가요? 

 

나는 대답없이 그냥 캔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런 부탁 드릴 염치는 없지만 그래도 부탁드릴 게요. 일도 씨에게는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룸살롱에 나가게 된 얘기부터 시작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녀는 어머니와 단 둘이 단칸방에서 

힘겹게 살았다고 했다. 원래부터 몸이 약했던 어머니마저 몸져눕고는 그녀가 생계를 꾸려 나가야 했다. 그녀가 고등학생

일때였다. 패스트푸드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는 도무지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인터넷 채팅으로 남자들을 만나 돈을 받고 원조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부정기적인 돈으로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 불안했고 가끔은 이상한 아저씨들을 만나 심하게 두드려 맞거나 이상한 짓을 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도 역시 알아주는 미인이었는데 이미 술집에 나가는 친구들이 그녀에게 너 정도의 외모라면 남들보다 훨씬 돈을 더 많이 벌 거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결국 그녀는 친구들의 소개로 단란주점부터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쪽으로 경험이 붙자 그녀는 마침내 강남의 룸살롱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돈을 벌었지만 

그녀의 어머니 약값으로 많은 돈이 들어갔고 집세와 생활비를 대고 나면 역시 남는 돈은 얼마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렇게 

라도 꾸준히 돈을 번 덕분에 어머니의 병세는 많이 좋아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룸살롱 일에 지치기도 했고 그녀는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젊고 예쁠 때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선을 보기 시작한 지 두 번째만에 일도와 선을 보게 되었고 그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국수의 외아들이며 

얼마 있으면 사업을 물려받을 거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그 날 바로 그와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는 비록 부끄러운 것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으며 앞으로는 똑바로 잘 살아 갈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얘기를 하는 동안 감정이 북받쳤는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나니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게다가 눈물까지 흘리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흐느꼈다. 

 

나는 나이트테이블 위에 캔맥주를 내려놓고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를 위로했다. 

---아리 씨, 울지 마세요. 일도한테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그녀는 울음 소리가 좀 더 커지더니 옆에 앉아 있는 내 품에 자기 몸을 맡겼다. 

 

갑자기 그녀가 내 품에 안기자 나는 뿌리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그녀를 안은 꼴이 되었다. 

 

나는 손을 그녀의 등에 얹고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그녀의 울음 소리가 차츰차츰 사그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그녀가 내 품에 안겨 있는데다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고 있자니 점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반바지만 

입은 그녀는 늘씬하고 예쁜 다리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가 거의 울음을 그쳐 가나 싶었는데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점점 내게 닿는 것이 느껴졌다. 

 

내 성기는 아까 방희가 입으로 빨아 주다 말았기 때문에 조금 부풀어올라 있는 상태였는데 아리의 젖가슴이 느껴지자 다시 

한 번 자극을 받아 서서히 고개를 치켜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아리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나는 그녀를 내게서 좀 

떼어놓으려고 약간 몸을 움직였는데 그녀가 내 쪽으로 힘을 주고 있는 상태여서 오히려 그녀는 내게 더 깊이 안기고 말았다. 

 

그녀의 젖가슴이 물컹거리면서 내게 닿았다. 부드럽게 눌리는 그 젖가슴은 정말 풍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그 촉감을 느꼈다. 그러자 내 성기는 결국 힘껏 발기하고 말았다. 그녀가 만약 조금만 고개를 숙인다면 바로 

발기한 내 성기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발기한 내 성기에 무엇인가가 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흠칫 놀랐다. 바로 그녀의 손이었다. 잘못해서 부딪히게 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내 성기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그 놈은 더욱 더 딱딱하게 발기를 해서 바지에 닿는 부분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그녀를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리 씨, 왜 이러세요? 

---중국 씨, 절 한번만 안아 주시겠어요?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 그러자 그녀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녀가 잘못 알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녀는 일도에게서 나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부터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정말 사귀고 싶었던 사람은 바로 중국 씨 같은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전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일을 

하느라 제대로 남자 친구도 한번 사귀어 보지 못했거든요. 

 

일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일도와 결혼하는 것은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어머니의 안정된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일도와 같이 나를 자주 만나면서 내가 점점 더 좋아졌다고 했다. 그리고 혼자서 나를 사랑하게까지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피로연 자리에서 방희와 내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부럽다고 말했던 것일까. 

---이제 결혼을 했으니 더 이상은 중국 씨를 꿈꿀 수가 없게 된 거겠죠. 제발,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저를 한번만 

안아 주세요. 

 

나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안아 달라고 하는데 거절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나는 두 

눈을 딱 감고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아, 중국 씨... 

 

그녀도 두 팔을 벌려 나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내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추었다. 나는 떨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진하게 키스를 했다. 

 

나는 그녀의 등을 안고 있던 손을 앞으로 옮겨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물컹거리는 좋은 감촉이 손 안에 가득 찼다. 내가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하자 그녀는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는 어느새 내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그리고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단단해진 내 성기를 꽉 움켜잡았다. 

---허억, 아리 씨... 

 

나는 서둘러 옷을 벗고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옷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티셔츠를 벗기자 상상 이상으로 풍만한 가슴이 나타났다. 나는 곧장 브래지어도 그녀의 머리 위로 해서 벗겨 버렸다.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반바지를 벗어서 집어 던졌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그녀의 하얀 팬티로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팬티를 밑으로 내렸다. 그녀는 얼른 손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가렸다. 

 

계속해서 팬티는 그녀의 발목을 타고 완전히 벗겨졌다. 

 

드디어 발가벗은 그녀의 몸은 어느 한군데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웠다. 

 

풍만한 가슴은 탄력을 유지한 채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었고 그 아래로 군살 한 점 없는 늘씬한 허리가 있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면 그 허리와는 대조적으로 커다란 엉덩이가 나타났다. 엉덩이는 동그랗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게다가 풍만하면서도 탄탄한 허벅지까지... 

그녀의 몸매가 늘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그녀는 마치 아까 방희가 해주지 못한 펠라티오를 해주려는 듯이 내 성기를 손으로 잡고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헉, 그러고 보니 옷장 속에 숨어 있는 방희가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설사 옷장 속에 대통령이 숨어 

있다고 해도 나는 멈추지 않으리라. 

 

그녀의 젖은 입이 내 성기를 물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혀로 내 성기의 대가리 부분을 한 바퀴 돌려 가며 애무하더니 마침내 입에 넣고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현란한 입놀림이 계속되자 내 물건은 무식할 정도로 크게 부풀어올랐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잡고 천천히 내 물건에서 떼어 냈다. 그리고, 침대 위로 그녀를 눕혔다. 

손을 뻗어 그녀의 가랑이를 좌우로 쫙 벌린 다음 침대 위로 몸을 숙였다. 

 

나는 내 빳빳한 성기를 그녀의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손으로 그 놈을 잡고 천천히 그녀의 구멍에 마주 

닿게 했다. 

 

그녀의 살점들은 촉촉히 젖어 있었지만 아직 물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나는 손으로 내 물건을 잡고 그녀의 구멍 주위를 슬슬 문질렀다. 

---아응, 아흐응, 

 

그녀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다리를 마구 비틀었다. 

 

마치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성기 끝으로 그녀의 구멍 주위를 문지르다 보니 내 성기의 대가리 부분이 그녀의 구멍 속으로 

슬쩍슬쩍 들어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 아' 하고 짧고 경쾌한 신음 소리를 냈다. 하지만 난 그 놈을 구멍 속으로 

밀어 넣지 않았다. 

 

그녀의 꽃잎은 곧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아앙, 중국 씨, 어서 넣어 주세요. 

 

나는 내 성기가 그녀의 구멍에 맞아 살짝 들어갔을 때 엉덩이를 움직여 그 놈을 그녀의 몸 속으로 슬쩍 밀어 넣었다. 내 물건의 절반 정도가 그녀의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나는 일부러 그 놈을 끝까지 밀어 넣지 않고 기다렸다. 

---아흐응, 더, 더 넣어 주세요. 

---그래? 그럼 오빠라고 불러 봐. 

---아우, 오빠아... 

---그래, 그래야지 너한테 어울리지. 

 

나는 다시 엉덩이를 움직여 그녀의 몸을 꿰뚫을 듯이 내 성기를 깊숙이 밀어 넣었다. 

쑤우욱... 딱딱한 내 성기가 그녀의 살점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흐아악, 오빠아, 나 미쳐. 

 

그녀가 두 팔로 내 머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나는 그녀가 어려서부터 오랫동안 남자들을 상대해 와서 그런지 신음 소리하며 아양을 떠는 것 등 남자를 대하는 게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바짝 끌어당겨 그녀의 가랑이와 내 가랑이가 완전히 맞닿을 때까지 내 성기를 그녀의 몸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아우우, 오빠, 정말 크다. 아, 아,  

 

내 성기가 뿌리까지 완전히 그녀의 몸 속으로 들어가자 그녀의 구멍이 서서히 조여 오기 시작했다. 

 

빠듯한 느낌이 내 온몸으로 전달되고 있었다. 

---후우, 이 년아, 너도 보통이 아니네. 

 

나는 더 이상 그녀가 친구의 아내인 아리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수많은 남자들에게 몸을 팔고 교태를 부리는 요망한 

계집애에 불과했다. 

 

나는 허리를 움직여 천천히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살점들이 내 성기를 꽈악 물고 놓지 않아서 빡빡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왕복 운동을 하면서 두 손을 뻗어 그녀의 유방을 주물렀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하듯 물컹물컹 손 안에 가득 차는 느낌이 또 다른 쾌감을 주었다. 

---아, 아, 오빠아 나 뒤로 해 줘.  

 

한참만에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왕복 운동을 하던 성기를 그녀의 구멍 속에서 천천히 빼냈다. 그런 다음 그녀를 돌려 눕히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아 들어 올렸다. 

 

그녀는 무릎을 세우고 엎드려 엉덩이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마치 어서 꽂아 보라고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엉덩이를 살살 흔들었다. 

---요 앙큼한 것 보게. 

 

그리고, 나는 손바닥으로 찰싹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풍만하기 그지없는 엉덩이였다. 

녀의 엉덩이는 하얗고 부드러운 데다가 조금도 살이 퍼지지 않고 동그란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붙잡고 빳빳한 내 성기로 곧장 그녀의 엉덩이를 찔렀다. 

 

그녀의 엉덩이를 쿡쿡 쑤시던 내 성기는 부드러운 살 속에 파묻힌 구멍을 만난 순간 그 속으로 쏘옥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짝씩 붙잡고 뒤에서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내 성기가 빠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밀어 넣을 때는 그녀의 몸 속으로 깊숙이 쑤셔 넣었다. 

 

그녀도 내 왕복 운동의 리듬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었다. 

---아흐응, 오빠야 나 죽어.  

---아후, 그래 죽여 줄 게. 

 

나는 한 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더욱 심하게 그녀의 몸을 흔들게 만들었다. 

 

내 성기가 그녀의 몸 속으로 쑤셔 들어갈 때마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몸에 와서 탁탁 부딪혔다. 

 

그녀의 탄력있는 엉덩이 살점들이 출렁거렸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 속으로 쉬지 않고 내 성기를 쑤셔 넣으며 그녀가 엎드린 모습이 마치 개가 엎드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쾌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었다. 나는 왕복 운동을 더욱 빠르게 했다. 그녀는 짧게 연속되는 신음을 끊임없이 내뱉었다. 

---아, 아, 아아, 오빠아, 그 굵은 놈으로...  

---헉, 헉, 그래, 이 놈으로 뭐? 

---아, 아, 안에다 힘껏 싸 줘. 

 

드디어 쾌감의 파도가 거칠게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녀의 몸 속으로 깊이 내 성기를 밀어 넣고 힘껏 성기 끝에 몰려 있는 쾌감들을 발사했다. 

 

그녀가 엉덩이를 한껏 치켜들고 내 성기를 빡빡하게 조였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엉덩이에 대고 내 몸을 누르며 남아 있는 정액들을 마구 분출했다. 

 

찌릿찌릿한 전기가 내 온몸을 타고 흐르며 눈 앞에 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도 엉덩이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나는 한번 더 힘을 줘서 그녀의 엉덩이를 밀며 마지막 한 방울의 정액까지 다 그녀의 몸 속으로 쏘아 버렸다. 

 

마침내 그녀가 내 힘에 밀려 침대 위로 풀썩 쓰러지고 나도 그녀의 위에 함께 쓰러졌다. 

 

나는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았고 그녀도 내 팔을 부서질 듯 꼭 끌어안았다. 

 

한참 만에야 나는 그녀의 몸에서 내 물건을 빼냈다. 그녀는 몸을 돌리고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의 입술을 탐욕스럽게 빨았다. 

---아우웅, 하지 마. 자국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리고, 그녀는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얼른 씻고 저 방으로 가 봐야겠어. 혹시 모르니까... 

 

그녀는 사타구니를 손으로 가린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 줄기 우윳빛 정액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주르르 흘렀다. 

---어우, 뭐 이렇게 많이 쌌대? 

 

그녀는 흐르는 정액을 손으로 막으며 욕실로 걸어갔다. 

 

나는 욕실의 문이 닫히고 샤워기의 물줄기 소리가 들리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옷장으로 걸어가 옷장 문을 열었다. 

 

알몸의 방희가 옷가지들을 품에 안은 채 지친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그녀는 화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 허탈한 것 같기도 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귀에 속삭였다. 

---다음에 얘기하고 일단 어서 여기서 나가. 알았어? 

 

그러자, 그녀는 알몸 위에 조용히 분홍색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하고 블라우스를 입고 투피스 상의를 

걸쳤다. 

 

나는 그녀가 옷을 다 입는 것을 보면서 욕실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는 쉬지 않고 계속 들려 오고 있었다. 

 

방희는 옷을 다 입은 다음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그녀는 방문이 닫히기 전에 내 얼굴을 

한번 쏘아 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아리는 서둘러 옷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슬쩍 끌어안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간단하게 입을 맞추더니 다시 옷을 입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그녀가 옷을 다 입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옷을 다 입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제 오빠도 빠져나갈 수가 없게 되었어. 

---응? 무슨 말이야? 

---오빠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알아뒀으면 해. 만약 오빠가 일도 씨에게 내 과거를 말한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 이미 내가 알고 있던 아리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라도 오빠가 일도 씨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면, 오빠가 나를 강간했다고 일도 씨에게 바로 말할 거야. 

그리고 법적으로도 문제 삼을 거고 말이야. 나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오빠? 

 

나는 뜨거운 뭔가가 목구멍을 꽉 막고 있어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냥 허탈한 웃음만 자꾸 나왔다. 

---허, 허, 그래? 하지만 무슨 증거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일단 상황이 그렇게 되면 오빠도 일도 씨와는 친구 사이고 뭐고 다 끝나 버리는 거니까. 오빠도 

일도 씨를 잃고 싶지는 않지? 왜냐하면 오빠도 일도 씨한테 조금은 기대어 살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일도 씨가 사업을 

물려받으면 오빠한테도 한자리 준다고 약속했지? 오빠도 말은 안 하지만 그걸 기대하고 있는 거 아냐? 

---이런 거지같은 년... 

---나야 뭐 최악의 경우 일도 씨와 헤어진다고 해도 다른 남자를 찾으면 되니까. 나는 아직도 젊고 예쁘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빠는 일도 씨 같은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만약 사태가 최악의 경우로 흐른다면 누가 더 손해를 보는 거겠어? 

 

나는 더 이상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100퍼센트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아리의 비밀을 알고 있는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어쩐지 그 칼자루가 그녀에게로 넘어간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그녀에게 농락당한 것이다. 앞으로도 그녀 앞에서 기를 펼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허탈감과 분노가 뒤섞인 참담한 심정으로 나는 고개를 떨궜다. 

---그럼,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어. 내일 봐요. 중국 씨. 

 

그녀는 발걸음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잠깐만! 

 

내가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럼 날 좋아한다는 말은? 그 말도 다 거짓말이었어? 

---아유, 이 남자, 순진하시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생각해요. 난 상관없으니까. 

 

그녀는 내게 살짝 윙크를 하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두 눈을 감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길고 어두운 밤 만이 내 앞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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